1971년 연세대학교 정외과를 졸업하고 고시공부를 하던 한 청년이
가장 친했던 친구가 출가해서 해인사 백련암에 있다고 하여 그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
성철 스님(1912~1993)을 뵙게 되었다.
대화 끝에
“스님, 좌우명을 하나 주십시오.”하고 부탁을 했다.
그러자 큰스님은 대뜸 부처님께 만 배를 올리라고 하셨다.
삼 천배로 녹초가 된 청년에게 스님이 말했다.
“쏙이지 말그래이.”
굉장한 말씀을 기대했던 청년은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툭 던지는 스님의 말에 실망해
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.
“와? 좌우명이 그래 무겁나? 무겁거든 내려놓고 가거라.”
그러자 청년은 무언가 깨달음을 얻어 그 길로 머리를 깎고 출가했다.
성철 스님이 입적할 때까지 꼬박 20년을 곁에서 모셨던 ‘원택 스님’ 이야기다.
‘불기자심(不欺自心)’
‘자기 마음을 속이지 마라’ 는 본래 성철스님 자신의 화두 였다.
가끔 휘호로도 썼다고 한다.
백련암에는 성철 스님이 쓴 이 휘호가 액자로 걸려 있다.
한때 세상을 속일 수는 있어도 ‘자기 마음’을 속일 수는 없는 법.
‘산은 산, 물은 물’과 함께 성철 스님의 ‘불기자심’ 은
서릿발 같은 자기 성찰과 실천을 강조하는 죽비소리로 세상에 남았다.
조선 명종 때 문신 이었던 ‘임권’ 의 좌우명이 ‘독처무자기(獨處毋自欺)’였다.
즉, ‘홀로 있는 곳에서도 자신을 속이지 마라’ 라는 뜻이다.
유교 사서(四書)의 하나인 ‘대학’에서는 이를 ‘신독(愼獨)’ 이라고 했다.
역시 홀로(獨) 있을 때 삼가야(愼) 한다’는 뜻이다.
조선 선조 때 유학자인 김집은 호(號)가 ‘신독재(愼獨齋)’였다.
그의 묘비에는 ‘혼자 갈 때 그림자에 부끄러울 것이 없고 혼자 잘 때 이불에도 부끄러울 것이 없다’는
내용이 들어 있다.
참으로 무서운 다짐이고 당당한 자기 확신 이다.
성경의 ‘갈라디아서 (6장 7절-8절)’에도 비슷한 내용이 말씀이 들어 있다.
‘자신을 속이지 마라. 하느님은 조롱을 받지 않으시니, 사람이 무엇을 심던지 그대로 거둘 것이다.’
설교 제목으로 많이 쓰이는 ‘심은 대로 거두리라’가 여기서 나왔다. <저작권자 ⓒ 뉴코리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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